프랑스 국제 결혼의 현실

같은 나라에서 같은 문화를 공유하고,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과 하는 결혼 생활도 항상 쉽지만은 않은데, 환경이 전혀 다른 나라에서 자라, 나와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과의 결혼은 생각보다 더 많은 노력과 희생, 양보를 필요로 한다.

프랑스 사람들에게 결혼이란 내 인생을 책임져 줄 사람을 찾거나 나에게 인생을 맡길 누군가를 찾은 일이 아니다. 그들에게 결혼은 정신적, 경제적으로 독립된 인격체들이 인생의 동반자로서 만나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일이다. 그래서, 이 나라 사람들은 결혼 생활동안 남자와 여자가 똑같이 가정을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부양하길 원한다.

결혼 생활 중 아이가 생긴 경우, 법적으로 임신한 여성을 해고하거나 불이익을 줄 수 없도록 하는 제도가 잘 되어있고, 사회적으로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제도도 잘 되어있어, 꼭 임신과 육아 때문에 직장을 잃는 경우가 적다. 또, 프랑스 여성들 스스로 출산, 육아 휴가가 끝나면 직장으로 돌아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프랑스 남자들은 국제 결혼을 하더라도 한국인 아내가 프랑스 여자들과 똑같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므로, 프랑스 사람을 만나 낯선 땅으로 갈 결심을 한다면,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살 것인지 계획을 꼭 세워야 한다. 결혼, 남자 하나만 바라보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낯선 땅에 따라오면 절대 안된다!

남편이 있어 수월한 점은 있겠으나 평생 남편에게 기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면 안된다! 처음 몇년은 자신만 믿고 프랑스까지 온 한국인 아내를 위해 하나부터 열까지 정성을 다하겠지만, 사랑의 콩깍지가 벗겨진 순간 프랑스 남편에겐 모~든 것이 불만이고 짐이다.

프랑스와 한국의 절대 좁혀질 수 없는 문화 차이, 불어 실력이 늘지않아 깊은 대화를 할 수 없는 아내, 프랑스에서 나고 자라지 않아 공감할 수 없는 그 때 그 시절의 프랑스 이야기, 아내가 불어를 잘 못하고 프랑스 제도를 잘 모르면 세금처리나 행정적인 것은 모두 남편 몫, 경제력 없는 아내, 프랑스 남편 혼자 가정을 부양해야 하는 정신적, 경제적 부담감 (한국에선 가장의 책임감이라 당연히 여겨지지만…), 사회활동을 하지 않아 남편의 일상을 이해할 수 없고, 집에만 있으니 하루하루 우울해지는 아내

아내 입장에서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남편하나만 바라보고 낯선 땅에 왔는데, 하루하루 변해가는 남편이 야속하기만 하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프랑스에서 프랑스 사람과 오래오래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싶다면, 남편없이 혼자 살 수 있을 정도의 언어실력과 경제적 독립을 이루고자 계획하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Comments

  1. SY J

    외국인과의 결혼은 나름 그런 어려운점이 있지만 끊임없이 자립심을 키우다보니 그것도 좋은것 같아요. 어디든 남편만 바라봐야 하는 삶은 서로에게 힘들수 밖에 없을듯요

    1. Post
      Author
      Korean French CPA

      맞아요, 한국사람과 결혼했어도 남편에게만 의지하면 서로 힘들죠…거기다 국제결혼은 내 인생을 다시 시작하는 셈이니…마음을 단단하게 먹고, 노력을 더 많이 해야하죠… 여기서 몇 년 살다보니, 이혼하는 커플, 우울증 걸린 한국분들을 너무 많이 봐서 안타까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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